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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형만 - 목포를 떠나며시(詩)/허형만 2015. 1. 16. 11:12
한 곳에 심지 세우며
마음 깊이 뿌리내리고 살기가
어디 쉬운 일인가
얼마를 더 살지는 모를 일이다만
살아갈 날보다
살아온 날들이 더 많다보니
느느니 빚 뿐이거늘
고하도 앞바다로 무너지는 파도도
째보선창 구석구석 남루한 냄새도
양을산 중턱 응달배기 허름한 무덤풀도
나의 중년을 키워온 밥줄이었는데
그 밥줄 미련없이 끊고
남은 세월만큼
헐거운 육신 하나 이끌며
떠난다, 아득한
신열 앓는 땅으로
그러나 어디 쉬운 일인가
아픔으로 아픔을 이기며또 다른 한 곳에 심지 세워 살기가.
째보선창 : 전라남도 목포시의 유달동에 소재한 선창이다.
시의 온금동(순수 우리말로 다순구미) 앞쪽에 배를 댈 수 있는 조그마한 만(彎)이 있었는데
이곳에 부두시설을 설치하면서삼면을 막고 한 면만을 열어놓아서
언청이 모습을 하였다고 해서 '째보선창'이라 불렸다. 현재는 매립되어 없어졌다.
(그림 : 손영선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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