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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갑수 - 밀물여인숙 2시(詩)/최갑수 2014. 10. 18. 20:12
바다가 밤을 밀며 성큼 뭍으로 손을 내밀고
아낙들이 서둘러 아이들을 부른다겨울밤은 폐선의 흔들림을 감당하기에도 벅차고
내 잠을 밀고 촘촘히 올라오는 잡어떼
별처럼 삼십촉 백열구가 떴다
아직도 잠들지 못한 걸까,홑이불 속 사고 싶은 것이 많다는 그 여자도 따라 뒤척인다
뒤척인 자리마다 모래알들이 힘없이 구르고
곧 허물어질 것만 같은 등
나는 입술을 대고 그녀의 이름을 낮게 불러본다
그 여자의 등이 조금씩 지워진다
어느 땐가 내가 서 있었던 해변과
사랑하는 것들의 이름을 또박또박 발음해보던
사납던 그 밤도 지워진다
여자의 등에 소슬하게 바람이 일고
만져줄까, 하얗게 거품을 무는 그녀의 얇은 허리와하루종일 창문을 벗어나지 못하는 섬
집이 없는 사내들이 모서리 한 켠씩을 차지해
저마다 낮은 어깨를 누인다
지붕 위에는 밤안개가 오래오래 머문다(그림 : 차일만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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