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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건청 - 곰소항에서
    시(詩)/이건청 2014. 10. 3. 15:52

     

     

    곰소 염전 곁 객사에 누워

    하루를 잔다.

     

    짠 바닷물은

    마르고, 다시 마르며

    결장지까지 와서

    소금으로 가라앉는데,

     

    이 마을 드럼통들 속에서는

    새우와 바닷게들도

    소금을 끌어안은 채

    쓰린 꿈속에서

    제 살을 삭혀

    젓갈로 곰삭고 있을 것인데,

     

    변산 바다 밀물의 때,

    바다는 밀고 밀며

    다시 곰소항으로 돌아오면서

    흰 포말로 낯선 새들을 부르고,

    산비탈 호랑가시나무 숲을 부르며,

    젓갈 가게에 쌓인

    드럼통들을 찾아와

    드럼통 속 새우와 참게들에게

    풍랑의 바다 소식을 전하면서

    곰삭은 황혼도 조금씩,

    밀어 넣어 주고 있구나,

    아주 잊지는 않았다고

    젓갈로 익더라도 서로 잊지는 말자고

    밤새 속삭여주고 있구나

     

    곰소 염전 곁 객사의 사람도

    내소사 전나무 숲 위에 뜬

    초롱초롱한 별도 몇 개

    꿈속에 따 넣으며

    쓰린 잠을 자는데,

    소금을 끌어안고 잠자며

    낯선 방에서 뒤척이는데

    젓갈로 삭아가고 있는데……

    (그림 : 김성실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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