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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지월 - 복사꽃이 피었다고 일러라시(詩)/서지월 2014. 10. 1. 01:00
복사꽃이 피었다고 일러라
달뜨는 마을을 달려와 내가 먼저 손 내밀면
너는 수줍어 은쟁반같은 얼굴로
나뭇가지 뒤에 숨어버리고
너와 나의 살을 건드리는 남풍의 하늘은
속절없이 빤히 내려다 보고만 있으니
바둑이는 어디 갔느냐
엄마따라 방앗간에 밀 빻으러 갔는가
내 어릴적 검정고무신의
피라미떼들은 큰 강물따라 흘러갔는가
복사꽃이 피었다고 일러라
타는 아지랑이 풀밭에 주저앉아
삐삐 뽑으며 숨찬 나를 불러내어
이 언덕위에 세워놓고서
저만치 눈웃음 흘리며 사라진 세월....
복사꽃이 피었다고 일러라
복사꽃이 피었다고 일러라
남풍도 선머슴애처럼 보채고 있으니
휘드러진 꽃가지도 손 내밀고 있으니(그림 : 이황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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