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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지월 - 각시붓꽃시(詩)/서지월 2014. 10. 1. 01:00
머언 절간 뒷마당에서나 볼 수 있었던
각시붓꽃이 호수(湖水)로 내려와
무얼 그리려 하는지 바람머슴애를
기둥서방처럼 불러세워
연못 위에 붓을 들어 획을 긋는다
세상에 나온 겸에 그냥은 견딜 수 없다는 듯
초록치맛단 단정하게 걷어올린 채
수목화를 그리는데
알고 보니 물에 비친 자신의 모습이었다
하늘이 내려와 팽팽하게 수면을
잡아주는가 하면 물속 고기떼는
조심조심 수초(水草) 사이를 거닐고 있었다
각시붓꽃은 자신이 가장 우아해 보일 때
이렇게 붓을 들어 헹굼필법으로
자화상을 그려내는 것이다(그림 : 한순애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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