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OUT ME

-

Today
-
Yesterday
-
Total
-
  • 이정록 - 황새울
    시(詩)/이정록 2014. 9. 25. 20:27

     

     

    허리를 펴면
    덩달아 일어나는 앞산
    지팡이 딛는 곳마다 콩을 심었으면
    온통 콩밭이 되었을 마을


    일하지 않으면 외려 병이 도진다는
    그가 오늘은 두둑콩을 깐다
    마루턱에 앉은 그의 알무릎이
    햇살에 눈부시다


    동부 같은 팔순의 속살
    콩 한 소쿠리 토방에 널 때
    멀고 먼 저켠에서 내려온 햇살이
    드디어 일거리를 만난다


    빛나는 콩의 이마,
    맨땅에 엎으러지는 햇살은 얼마나 민망한가
    마른 개밥그릇 당겨 물을 담아주고
    꼬리 흔드는 누렁이를 본 듯 못본 듯
    다시 콩을 깐다


    헐렁한 막버스가 지나가고
    고추잠자리들 심심하게 놀다 잠든 마을
    불빛을 흔들며 할머니가 콩을 깐다
    늙을수록 그림자는 둥그러진다

    황새울 : 충청북도 청주시 흥덕구 석곡동에 있는 마을. 새뱅이마을 안동네로, 50호 장도가 거주하는 농촌 마을이다.

    주민은 새뱅이와 마찬가지로 50% 정도가 전주이씨(全州李氏)이다.

    (그림 : 김우식 화백)

    '시(詩) > 이정록 '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이정록 - 희망의 거처  (0) 2014.11.20
    이정록 - 비 그친 뒤  (0) 2014.10.30
    이정록 - 마디  (0) 2014.09.25
    이정록 - 숟가락  (0) 2014.09.25
    이정록 - 꽃살문  (0) 2014.09.25
Designed by Ti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