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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디와 마디 사이에
두 가닥씩 칼금이 그어져 있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대나무는
그 등고선의 기울기와 간격으로
하늘 높이 몸을 디민다
새가 대나무 꼭지에 앉는다
수많은 마디들이 새의 무게를 갖고 논다
또한 새떼의 수많은 뼈마디가
대나무를 흔들며 합창을 한다
바람의 마디와 하늘의마디도
대밭, 둥근 방으로 몸을 퉁기며 노닌다
시끌벅적 앞다투는
댓이파리들의 노래 위에 눈이 쌓이면
대나무는 간혹 몸을 꺽는다
백설의 마디며 물의 마디를 모르는
이파리들의 고성방가들
대숲 속에는 마디를 모르는 것들이
바닥을 덮는다, 켜켜이
썩어가는 이파리에게 마디의 아름다움을 가르치는
하얀 대뿌리, 그 잘디잔 말씀이 뻗어나간다(그림 : 안기호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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