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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두현 - 집 짓기시(詩)/고두현 2014. 9. 24. 23:47
뒹구는 것이 어디
슬픔뿐이랴, 내가 흙이 되어
무심한 바람 따라 흩날리고 밟히다가
진실로 낮은 곳 골라 허리 바로 세우면
한 세상 밝게 비출 집 집 한 채로
빛나는 것을, 그대 내 몸 속
잘디잔 뼈, 떼 뿌리 엉긴 살점까지
물 받아 거푸집에 섞으면서
어둠 먼저 담을 치고
빈 터에 기둥 하나 밀어올린다는 것이
그렇구나, 떠도는 자갈들도
함께 일어나 몸 부비고 소금 땀
쓰리던 관절 마디마디 따뜻해져
그리움, 콧등 찡하게 물무늬지는데
젖은 흙 더욱 찰지게 다지며
목반자 먼 끝으로 하늘색 지붕 올릴 때
막막한 겨울 추위 목놓아 울음 울던
바람벽도 찬찬히 묶어
댓돌 반짝거리게 닦다 보면
못다한 말뿐이랴 걱정 많던 그날의 사랑
출렁거리며 다시 돌아와
겹격자 멋 낸 창틀 슬픔으로 색칠하는
저 흰빛, 신새벽 찬 별 속에
온몸 집이 되어 서 있는
그대
(그림 : 안기호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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