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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양 - 콩밭지꺼리
    시(詩)/정양 2014. 9. 11. 16:46

     

    콩밭지꺼리는 척 보면 표가 난다
    농약기도 거름기도 없는 콩밭 그늘에
    놀짱하게 야들야들하게 자란 열무는
    솎아서 장에 내놓기 무섭게
    금세 팔리곤 했다

    아무것도 못 먹던
    긴긴 투병의 끝자락에
    콩밭지꺼리 버무려
    밥 한 술 먹고 싶다던 어머니는
    이런저런 주사만 맞다가 끝내 돌아가시고

    어느 장터에도 요새는 그
    콩밭지꺼리가 없어서
    어머니 제사상에는 그냥
    지꺼리밭 지꺼리로 버무린 김치를
    마지못해 올리지만
    언젠가는 꼭 콩밭지꺼리를 올리고 싶지만

    제사상에 무슨 김치냐고
    꾸중도 핀잔도 들어가면서
    요새는 장터에서도
    콩밭지꺼리가 뭐냐고 되묻는다고
    제사 때마다 그 콩밭지꺼리로
    어머니하고 몇 마디씩은 말을 나눈다
    지꺼리 : 김칫거리

    (그림 : 구병규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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