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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대흠 - 아우
    시(詩)/이대흠 2014. 9. 7. 01:32

     


    내 동생, 업고 노는데 울기만 하고

    숨박꼭질하면 나는 자꾸 술래만 되고 오징어가이생도 못하고

    떼어 놓으려 집으로 돌아오니 둘데가 없네

    마루에 두자니 토방으로 굴러버릴 것 같고 방에다 두자니 아무거나 망가뜨릴 것 같고

    우는 아이 어르고 달래 기둥에 꽁꽁 묶어둔 뒤 울음소리 들리기 전 밖으로 달음박질

    에비오제, 버짐 많던 동생에게 먹이던 달고 고소한 그것을 나도 먹고 싶은데

    어머니는 어디다 감추었는지 몰래 꺼내어 동생만 주고

    몇 날을 뒤진끝에 장롱 깊숙이 숨겨져 있던 반통쯤 남은 그것 찾아

    한꺼번에 먹어 버리고 나는요 배가 아파 데굴데굴

    뽀빠이, 어머니가 일하러 가며 사준 두 봉지 동생이랑 사이좋게 나눠 먹으랬는데

    내 것 다 먹었어도 입 안엔 침 가득 병원 놀이 한다며 동생을 환자로 눕혀 놓고

    환자가 뭘 먹어! 이따금 먹여주고 내 입에 털어 넣어

    엿, 먹고 싶어 감나무 밑에 절반쯤 남은 비료를 쏟아 버리고 빈 포대로 바꾸어온 엿

    나는 세가락 동생 두가락 누가 더 늦게까지 먹는가 시합하자 해 놓고 잽싸게 먹은 후 동생 것 뺏어 먹고

    겨울, 해 지고 날 추운데 방에 있고 싶은데 아버지는 산 밑에 묶어 둔 소를 끌고 오라는데

    동생이랑 갔다오마고 대문을 나서서는 동생한테 소 끌고 오라 해두고 친구집에 놀러가고

    대입을 앞두고, 공부한다는 날 위해 새벽밥 짓던 동생

    참고서 산다고 타왔다는 천원짜리 두 장 기어이 달라해서 술 마셔 버리고

    군대 시절, 면사무소에 근무하던, 새벽밥 먹고 면회온 동생이

    용돈으로 쓰라고 주머니에 찔러 넣어 주던 꼬깃한 지폐 몇 장

    아이, 두 딸을 둔 동생 나는 그네들을 제대로 안아 주지도 못했는데

    돌도 안 된 내 아이에게 선물꾸러미를 놓고가는,

    십년 넘은 공직 생활 청탁 한번 안 받아 꽉 막혔다는 말 듣는,

    감봉이다 감원이다 새치가 반쯤은 박혀 버린

    (그림 : 설종보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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