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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산을 버스에 두고 왔습니다우산은 저혼자 길 떠났습니다
비에 젖지 않아야 할, 한 사람이 있나 봅니다
다박솔 닮은 이를 만나 함께 가는 길, 빗소리 푸를 겝니다
아마 그인 내가 잘 알던 사람이 분명합니다
대신 찾아가는 우산은
오늘 꼭 내가 갚아야 할 빚이거나
받았다 돌려주지 못한 사랑일 겁니다
혼잣길 가는 우산처럼 나도 혼자 덜컹거립니다갑천에 떠오른 한 마리 청자라처럼,
달동네 변소 옆에 핀 산수유처럼,
미루나무로 만들어졌다는 성냥개비처럼 누군가에게 잠시 반갑고,
환한 소식이고 싶습니다
머물러 그곳 옹이가 되어도 상관없겠고
다시 길 떠나 낡은 우산 하나 만날 수 있어도 고맙겠습니다
(그림 : 고재군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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