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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남 - 모슬포에서시(詩)/김영남 2014. 8. 24. 08:05
오래도록 그리워할 이별 있다면
모슬포 같은 서글픈 이름으로 간직하리.
떠날 때 슬퍼지는 제주도의 작은 포구, 모슬포.
모-스- 을 하고 뱃고동처럼 길게 발음하면
자꾸만 몹쓸 여자란 말이 떠오르고,
비 내리는 모슬포 가을밤도 생각이 나겠네.
그러나 다시 만나 사랑할 게 있다면
나는 여자를 만나는 대신
모슬포 풍경을 만나 오래도록 사랑하겠네.
사랑의 끝이란 아득한 낭떠러지를 가져오고
저렇게 숭숭 뚫린 구멍이 가슴에 생긴다는 걸
여기 방목하는 조랑말처럼 고개 끄덕이며 살겠네.
살면서, 떠나간 여잘 그리워하는 건
마라도 같은 섬 하나 아프게 거느리게 된다는 걸
온몸 뒤집는 저 파도처럼 넓게 깊게 깨달으며
늙어가겠네. 창 밖의 비바람과 함께할 사람 없어
더욱 서글퍼지는 이 모슬포의 작은 찻집 ‘경景’에서
(그림 : 이창효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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