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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송자 - 살구를 줍는 아침시(詩)/시(詩) 2014. 8. 17. 17:11
살구나무가 손을 놓았다
거침없이 툭,
관계를 끊는 몸짓이 단호하다
열매를 놔 준
공중의 푸른 시간은 얼마나 가뿐한가
위에서 아래로 자리를 옮겨왔을 뿐인데
어둑하고 움푹했던 그늘이
일순, 환하게 살이 찬다
열매들은 땅에서 더 정중했다낙과(落果)
누군가 무너뜨린 것을 마주하는 일인데
줍는 마음도
떨어진 둘레도
그지없이 순하고 둥글다
살구색 아침이 시고 달다(그림 : 최인수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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