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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송자 - 슬픔도 뿌리를 가졌더라시(詩)/시(詩) 2014. 8. 17. 17:13
고구마 넝쿨을 들어 올리면 여기저기 딸려 나오던
크고 작은 뿌리들 , 우리 여섯도 애초에 같은 뿌리였으니
찬찬히 아주 찬찬히 그 슬픈 줄기를 들춰보련다
본래 슬픔이 뿌리를 가졌었나
순하고 맑은 한 몸이었나
낮잠을 자고나면 마당 끝에 멀뚱 서 있던 설핏한 햇살이 서러워서
울고 싶다던 연희야 ,
깊은 산중에서 나무 한 짐 지고 내려와 들여다보던
맑고 찬 가을 금강의 속살이 시리도록 아팠다던 윤달아
이른 봄 강둑에 소름처럼 돋아오르는 갯버들의 솜털이
말할 수 없는 슬픔이라던 숙이야
초겨울이 맞겠지, 고춧대를 뽑고 온 어머니, 그 몸에 잔뜩 묻어 온
비릿한 강바람 냄새가 그다지도 진저리나게 어두웠던
슬픔의 뿌리라고 말해줬던 지희야 ,
그리고 말이다 , 말하자면 할 말이 가장 많은
스님은 , 묵언정진하듯 그냥 웃고 말더라,
내 속 가장 깊은 곳에 자주 왔던 지금은 스님인 명성아
다들 흘러갔으나 흘러보내지 못한 이 어질고도 슬픈 강물이여
꽃이 피는 일처럼
꽃이 지는 일처럼
이다지도 애틋한 것이냐
사무치는 것이냐(그림 : 오유화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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