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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송자 - 김포장날시(詩)/시(詩) 2014. 8. 17. 17:12
닷새장이 서는 날이면
생각도 허름해져서 아무나 불러
막걸리나 한 잔 어떠냐고 싱거운 소리를 하고 싶어지는데
그것이 사람과 사람사이
두툼한 여백이란 걸 아는 이 있으면 맘 놓고 헐거워지는 것이다
장날 풍경은 넓은 들을 닮아
거친 듯 잔잔하고 억센 듯 부드럽다
여기서는
저물어 가는 일도 흠이 되지않는다
파는 사람이나 사는 사람이나
참 이상하게도 장은 저문 사람들이 더 어울린다
나는 지는 것들을 좋아한다
해질녘 노을이 그렇고 늙어가는 조용한 마음이 그렇고
물간 생선의 떨이가 그렇다
그녀의 전생은 여러해살이 풀이었지 싶다
할머니를 중심으로
쑥갓이며 아욱이며 깻순다발같은 푸성귀들이
순하게 둘러앉아있다
마치, 애당초 한 뿌리였던것처럼
무엇인가 하지 않으면 큰일날 것 같이
연신 더덕 껍질을 벗겨낸다
향기로운 그 둘레를 떠나지 못하고 나는 뿌리에게 잡혀있었다
온종일 장마당에 풀포기마냥 꽂혀서 지나온 날을 사포질 하는 저 손
돌아서려는데 , 자꾸만 뻗어 오시는 내 어머니
큰 맘 먹고 떨이를 해 왔다 , 그녀도 함께
(그림 : 김의창 화백)'시(詩) > 시(詩)'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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