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 가진 것 없어서
함부로 달라붙은 기생처럼
밥 한 그릇 얻어먹었다
술 한 잔 빼앗아먹었다
해 지면 아무데나 드러누웠다
아침이 밝아오면
바닷가 낭떠러지 아니면
산 깊은 계곡이었다
낮부터 걸어 내가 다달은 곳은
달 가까운 동네 아니면
별 닿는 마을이었다
무엇이든 꽉 붙잡았다
배고픈 개처럼 절대로 놓지 않았다
그때 나, 줄 것 없어서
가시 같고 바늘 같은 손을 내밀었다
뼈를 뚫어 아프다고 소리쳤다
너무나 외롭다고
단 하나의 꽃대만 보여주었다
다 타버린 후에 재가 되겠다고
내머리에 불을 질렀다
그때 나, 몸밖에 가진 것 없어
불 같은 사랑을 원했다
목숨까지 던져주고
무덤속까지 가지고 갈 번뇌를 요구했다
도대체 꺾을 수가 없었다
도저히 분지를 수가 없었다
천지 사방에 달라붙은 저 사랑을(그림 : 강명자 화백)
'시(詩) > 시(詩)' 카테고리의 다른 글
유상옥 - 깡보리밥과 열무김치 (0) 2014.08.03 오도엽 - 첫날밤 (0) 2014.08.02 이남일 - 고향 편지 (0) 2014.07.30 이운진 - 갑사 가는 길 (0) 2014.07.30 서봉석 - 쪽달 (0) 2014.07.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