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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식 - 나무자전거시(詩)/시(詩) 2014. 7. 17. 10:17
나무로 만든 자전거 한 대 갖고 싶네
핸들과 패달, 바퀴까지
나무로 깎아 붙인 자전거로 노을 속을 가고 싶네
느릿느릿 해거름 저녁 저어가다가
온몸 밀고 당기는 달팽이 길도 내어주고
한자두자 재며 가는 자벌레들 행진도 기다려주며
늘보걸음 기우뚱거리는 푸른 자전거,
나무로 깎은 자전거를 타고 싶네
폭죽 터지는 순간 스쳐 지나고
풀씨 같은 별들 외로움으로 돋아 올라도
나무바퀴는 게으름의 속도를 탈피하지 않으리
물렁뼈 같은 시간, 느리게 더 느리게
그리움의 노를 저어 가다보면
핸들에서 싹이 트고 바퀴살에 잎이 돋아
달팽이와 자벌레 숨결도 옮겨 붙는 꿈의 나무자전거
내 몸도 온통 물푸레나무 물이 든 채로
부치지 못한 편지처럼 실려 가겠지
물푸레, 그래 물푸레자전거를 타고 싶네.(그림 : 하삼두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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