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쇠죽 끓이느라 설설 지져대면
눈 내린 고샅을 돌아 하나둘 누나 친구들이
어른들 들릴세라 조용조용 비닐 댄 창을 두드리던 방
소곤거리는 이야기들로 시간이 뭉텅뭉텅 잘려나가고
누런 벽지에 삶이니 고독이니 하는 낙서가
삐틀빼틀 숨어 있거나 말거나
천장 쥐들이 가리사니 없이 몰려다니던 방
늦게 온 사람 밀어 넣는 아랫목이 검누렇게 타도
윗목 찐 고구마는 외풍으로 금세 식어버리고
누나들 이불 덮고 앉은 틈에 다리 끼우고 엎어져
나도 모르게 까무룩 잠이 들던 방
뜬 벽지 속으로 흙 떨어지던 그 소리가
지금도 잠결에 문득문득 들린다
(그림 : 이인실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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