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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두현 - 산감나무시(詩)/고두현 2014. 6. 16. 11:53
얼룩무늬
산감나무 아래
오래 서 있었네.
얼룩 없는 삶 있을까만
옷 바꿔 입고 그 자리에
오래 서 있다 보면, 아는가
나도 한 그루 산감나무가 될지
날 저물고
모두 하산한 뒤에도
꿈쩍 않고 그 자리 지키는 산감나무
세상의 모든 상처, 고약 같은
까치밥 한 알
쪼글쪼글 말라비틀어진 그것
끝까지 놓지 않으려고
온몸 뒤틀며 혼자 견딘 것이
흉터에 새살 밀어올리는 그것
얼룩의 힘이라니
여태까지 나를 키운 것도
까치밥이었구나.
누덕진 옷 벗어주고
알몸으로 퍼렇게 멍까지 든
너를 두고 그래
나 혼자 흔들바위 아래에서
너무 오래 쉬었구나.(그림 : 이창효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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