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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한봉 - 전지(剪枝)시(詩)/배한봉 2014. 5. 26. 19:44
복숭아나무 가지마다 꽃눈이 싱싱합니다.
복숭아나무는,
그악스런 눈바람 견디느라 좀 늙었지만
아직 힘이 팔팔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인데
나는 얽히고설킨 가지를 자릅니다.
지치고 아픈 과거 시간을,
잘 보이지 않는 내 삶의 곁가지를
환한 봄볕에 잘라 말립니다.
고통의 능선 너머에 결실의 시간이
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입니다.
내 마음속 만 가지 생각 중에
실한 열매가 되는 것은
한두 개도 안 된다는 것을 알기 때문입니다.
전지(剪枝) : 가지치기
(그림 : 류윤형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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