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경덕 - 씨옥수수시(詩)/마경덕 2014. 5. 24. 23:27
처마 끝에 매달린 마른 옥수수
봄볕에 슬몃슬몃 눈을 뜬다
질끈 머리를 틀어 올리고
알몸으로 겨울을 버틴 씨옥수수
따순 바람에 발이 가렵다
알알이 쟁여둔 욕망들
웃자란 몸 속의 뿌리들
우르르 봄을 향해 발을 뻗는다
출발을 앞둔 마라톤 선수마냥
세상으로 뛰쳐나갈 신호를 기다린다
딱딱한 알갱이 속,
활활 타는 푸른 불이 숨어있다
빈 들에 닿아
숲이 될, 저 무성한 불씨들(그림 : 노애경 화백)
'시(詩) > 마경덕' 카테고리의 다른 글
마경덕 - 염천(炎天) (0) 2014.10.22 마경덕 - 죽방멸치 (0) 2014.10.22 마경덕 - 말뚝 (0) 2014.04.19 마경덕 - 문 (0) 2014.03.23 마경덕 - 솟대 (0) 2014.02.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