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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경덕 - 죽방멸치시(詩)/마경덕 2014. 10. 22. 16:02
맑고 검은 눈, 은빛 바닷물에 몇 번이나 헹궜나
콕콕 박힌, 점점점점…
바다의 속살까지 읽어낸
또랑또랑한 눈동자가 물속에 점(點)을 찍고 몰려다닐 때
바다 한 권이 두툼해졌다
알을 품고 남해로 찾아온 멸치 떼
누군가 바다의 페이지를 부욱 찢어 지족항의 봄도 배로 늘었다
시린 해풍과 어부의 땀방울이 어우러져
마침맞게 간이 든 바다
난류를 타고 온 몇 두루마리의 긴 문장이 빠른 물살을 타고
대나무 통발로 흘러들었다
채반에 누워 젖은 생을 말리는
빽빽한 바다체들,
뭍으로 올라 멸막에서 다시 태어났다
뜰채로 건져 올려 비늘 하나 다치지 않았다
멸막 : 멸치를 삶아 말리는 곳
(그림 : 신종식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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