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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선태 - 떠도는 곳마다 길이 있었다
    시(詩)/김선태 2014. 5. 14. 16:39



    떠도는 곳마다 길이 있었다
    떠도는 곳마다 길이 있고 길이 멈추어 선 곳에 산이 있었다
    능선들이 어깨를 포갠 산마다 바위가 있고 나무들이 살고 있었다
    숱한 세월의 무게를 견디며 말없이 엎드린 바위와
    아무도 바라보지 않는 계곡의 나무들이
    저희들끼리 울창한 평화를 이루며 살고 있었다.

    떠도는 곳마다 길이 있었다
    떠도는 곳마다 길이 있고 길은 강과 바다에 닿고 있었다
    자잘한 실개천들이 모여들어 커다란 강물로 출렁이고 있었다
    강물은 하늘과 바람과 온갖 풍경들을 데불고
    기일게 꼬리를 흔들며 넉넉한 바다로 가고 있었다
    강둑을 따라 풀꽃들이 끝없이 손흔들고 있었다.

    떠도는 곳마다 길이 있었다
    떠도는 곳마다 길이 있고 집이 있고 사람들이 살고 있었다
    이 마을에선 누군가 죽고 저 마을에선 누군가 태어나고 있었다
    저물 무렵 지는 해도 아침이면 뜨는 해도 아름다웠다
    계절이 바뀌면서 사람의 마을에 세찬 바람이 불어도
    밤이면 불빛 흘러나오는 창가에 따스한 이야기가 있었다.

    (그림 : 이영희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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