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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향아 - 연리지와 새시(詩)/이향아 2014. 3. 18. 18:39
발바닥이야 어느 박토 자갈밭에 묻었어도 괜찮습니다
정하게 씻은 두 손으로하늘을 맑은 물처럼 떠받들고 있기만 하다면
두 발목 정강이까지 어느 진흙수렁 어둠 속을 헤맨들 어떻습니까
힘줄 퍼런 두 팔을 뻗어서 서로 어깨를 얽어
멀리서 수런수런 다가오는 강물을 끌어안고
새들이 종종거리며 둥지를 틀 수 있다면
과즙 붉은 열매가 적막 위에 별 같은 씨앗을 품을 수만 있다면
오다가다 궂은 일이 아주 없기를 바랄까만
이만하면 복입니다
과분한 덕입니다
입 속으로 읊조리던 내 희망이 지금 막 무거운 껍질을 뚫고
잎으로 나부끼고 가지로 흔들리는 것 고마운 일입니다
그러나 자꾸만 미안한 일입니다
내 발바닥이야 검은 나락 깊은 울음 속에 파묻어도나는 죽지를 있는 대로 펴서 이렇게 당신에게 닿아 있지 않습니까
(그림 : 곽호철 화백)'시(詩) > 이향아'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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