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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향아 - 그립구나, 진부한 것들시(詩)/이향아 2013. 12. 14. 18:49
정겨운 말들은 이미 낡았다
밥이니 집이니 하는 말들이 그렇듯이
어머니의 어머니로 이어지는 산줄기
산줄기의 등성이에 깃을 치는 자식이니 고향이니
그렇고 그런 것들
물보다 진하다는 피도
다그쳐도 끝끝내 진실 하나뿐이라는 오래된 사랑도
낡을 대로 낡았다 진부하다세상에는 해도 해도 끝이 나지 않는 것들
뼈대니 골수니 눈물이니 하는
최후의 쑥굴형처럼
진신사리처럼
지긋지긋한 고집불통의 묵은 등걸 같은 것들이 있다
가치 있는 것들은 가치가 있다면서 자꾸만 되풀이하다가 쓰러진다
과속하는 세상에 살아 있는 게 그나마 다행인가
쓰러지지 않고 살아 있는
그립구나, 진부한 것들
진부한 말들은 대체로 진실하다(그림 : 정황수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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