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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영숙 - 섬, 누군가 잃어버린 퍼즐 조각들시(詩)/허영숙 2014. 2. 26. 13:36
바다에 풀린 달이 하얀 길을 낸다, 그 길을 따라 물이 온다
갯벌에 발목만 담그고 있던 바다의 밑그림들이 술렁거린다
오늘은 달도 만조가 되는 날
포구의 밤풍경이 비로소 다 맞추어지기까지 보름이 걸렸다
다시 물이 온다 얼마나 많은 섬을 훑고 돌아다녔는지철벅철벅 오는 걸음이 느리고 무겁다.
오래전 너는 내게 맞물렸던 한 조각, 폭풍우 같은 시절이 지날 때
너는 훌훌 뭍을 떠나 섬이 되어 숨었다
섬과 섬을 기웃거리며 다녀도 보일 듯 말 듯한 하얀 종아리,
수많은 섬들 중에 익숙한 네 무릎도 볼 줄 모르는 나는
너를 이해하는데만 반생이 걸렸다
너는 거기서 나는 여기서 조금씩 낡아간다그러므로 내가 너를 찾았을 때는 헐렁해진 거리를 힘들어 할지도 모르는 일
시간을 뒤엎어 다시 끼워 맞추면
그때는 네가 보일까, 텅 빈 해안선
둥글게 굽은 옆구리에
억지로 제 몸을 끼워 맞추는 달빛,(그림 : 차일만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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