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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마경덕 - 놀란흙
    시(詩)/마경덕 2014. 2. 21. 11:13

     

     

     

     

    뒤집힐 때 흙도 놀란다

    쟁기 삽 괭이 호미 쇠스랑 포클레인…

    가 제일 먼저 괭잇날에 묻은 비명을 보았을까

    낯빛이 창백한, 눈이 휘둥그런

    겨냥한 곳은 흙의 정수리거나 잠든 미간이거나,

    흙의 표정을 발견한 누군가의 첫 생각, 그때 국어사전에 놀란흙이라는 명사가 버젓이 올라갔다

     

    흙의 살붙이, 지렁이 땅강아지 개미 두더지

    그것들이 가랑이를 헤집어 집을 짓고 길을 내도 놀라지 않는다

    나무뿌리, 바위뿌리에도 덤덤한 흙이

    사람만 보면 왜 그리 놀라는지,

     

    흙의 나라

    태초에 그곳에서 태어난 사람을 닮은 흙의 심장은 사람을 잘 알고 있다

    공사장 주변, 포클레인이 파헤친 땅

    매장된 산업폐기물을 껴안고 까맣게 죽어있었다

    싱싱하던 흙빛은 흑빛이었다

     

    소심하고 겁 많은 아버지는 흙집으로 들어가

    더는 놀라지 않고,

     

    나는 아직 살아있다. 그래서 자주 놀란다

    (그림 : 이종구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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