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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경덕 - 흙, 벽시(詩)/마경덕 2014. 2. 20. 16:03
산자락 토담집 한 채.
벽이 기울었다.
흙 한줌 덥석, 발등에 떨어진다.
뭉텅 살점이 나간 흙벽, 벽의 갈빗대가 드러났다.
벽 속에 갈대가 묻혀있다.
군데군데 바람을 메운 자국들.
덧씌운 투박한 손자국에 수심이 가득하다.
누군가 흙손으로 벽의 주름을 펴고 흙 한 덩이 떼어 척, 구멍을 메울 때
불도장처럼 마음이 찍혔으리.
저 벽 속에 살던 두꺼비손을 가진 사내,
갈대 한 짐 마당에 부려놓고 벽의 뼈대를 촘촘히 엮었으리.
황토를 져 나르고 실팍한 장딴지로 흙을 치대면
욕심 없는 맨발에 흙은 반죽처럼 순해져서 벽이 되었을 것.
벽 속으로 들어간 사내는 집의 중심이 되었을 것.
중심을 잃은 벽, 입술을 달싹이는데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그림 : 신재흥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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