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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이 다만, 슬프다는 이유만으로 오지 않는다는 걸 안다.
마른 몸에서 물이 솟는 건 내 몸 어딘가에 우물이 있다는 것이다.
그 깊은 곳에 영혼이 물처럼 고여 있는 것이다.
흐르는 눈물은 내 영혼의 하얀 이마이거나 지친 발가락이거나
슬픔에 퉁퉁 불은 손가락이다.
영혼은 고드름이나 동굴의 석순처럼 거꾸로 자란다.
이것들은 모두 하향성이다.
근원을 향해 생각이 기울어 있다.
내가 나에게 찔리는 것, 슬픔이 파문처럼 번지는 것도 이 때문이다.
석순처럼 자란 영혼을 손수건으로 받으면 발간 핏물이 든다.
나는 피 젖은 손수건 석 장을 가지고 있다.
그 오래된 손수건을 차곡차곡 접어 냉동실에 두었다.
꽁꽁 얼어붙은 냉동고의 영혼들은 더 많은 우물을 만들고 영혼을 생산한다.
고드름처럼 자라 맹물처럼 날아가 버린, 그것들은 대개 일회용이다.
나는 쉰밥처럼 변해버린 가벼운 영혼에 대해 속눈썹이 떨리도록 생각해본 적은 없다.
찌르고 들쑤시고 사막처럼 메마르게 할지라도, 젖은 영혼을 사랑한다.
상처 많은 이 우물에서 詩를 꺼내고 밥을 꺼낸다.
두레박이 첨벙 떨어지는, 서늘히 두렵고 캄캄한 우물.
내 머리칼이 쉬이 자라는 것도 질척한 슬픔에 뿌리가 닿아있기 때문이다.
눈물이 다만 슬픔만으로 오지 않는 걸 이제는 안다.
(그림 : 김영희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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