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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마경덕 - 꽃과 밥
    시(詩)/마경덕 2014. 1. 20. 11:27



    뿌리 잘린 꽃들이 행복하다
    대부분 꽃의 생각은 긍정적이다

    양동이에 담긴
    노랑은 철없는 색(色), 애송이 꽃집처녀도 봄바람처럼 가볍다
    몸값을 깎는다고, 꽃들이 입을 놀리기 전
    먼저 지갑을 연다 제철이 아닌 장미에게 나는 호의적이다

    하루치 식단과 한 다발의 꽃
    반찬과 꽃을 달아보는 저울의 눈금은 늘 한쪽을 편애한다
    꽃이,
    샴푸가 되고 양말이 되고 비누와 우유가 되고 커피 한잔이
    설렁탕으로 바뀌었을 때, 이미
    꽃의 나이를 지나 밥의 나이로 기울고 있었다

    한껏 과장된 꽃들, 포장을 한 감성은 금세 시든다
    안개꽃이 추임새를 넣고 프리지어가 샛노란 향기를 생산해도
    결국, 꽃은 밥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꽃들은 모른다

    향기가 마른 식탁
    모처럼 메뉴는 꽃밥이다
    장미의 입술을 하찮게 여긴 내 나이에게 먹이려고

    자반고등어 한 손을 포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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