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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경덕 - 물의 표정시(詩)/마경덕 2014. 2. 21. 11:10
돌멩이를 던지는 순간
둥근 입 하나가 떠올랐다
파문으로 드러난 물의 입,
저 잔잔한 호수에 무엇이든 통째로 삼키는 거대한 식도(食道)가 있다
물밑에 숨은 캄캄한 물의 위장
가라앉은 것들은 쉽게 떠오르지 않았다
누적된 그것들을 감추고 평온한 호수
물가에서 몸부림치던 울음을 지우고 태연하다
계곡이며 개울을 핥으며 달리다가
폭포에서 찢어진 입술을 흔적 없이 봉합하고
물은 이곳에서 표정을 완성했다
물속에 감춰진 투명한 찰과상들, 알고 보면 물은 근육질이다
무조건 주변을 끌어안는
물의 체질
그 이중성으로 부들과 갈대가 번식하고 몇 사람의 목숨은 사라졌다
물의 얼굴이 햇살에 반짝인다
가끔 허우적거림으로 깊이를 일러주지만
사람들은 여전히 잔잔한 물의 표정을 믿고 있다
(그림 : 최윤정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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