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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탁번 - 여기쯤에서시(詩)/오탁번 2014. 2. 10. 16:40
여기쯤에서 그만 작별을 하자
눈뜨고 사는 이에게는
생애의 벼랑은 언제나 있는 법
거기 피어 있는 이름 모를 풀꽃 하나 따서 가슴에 달고
뜻없는 목숨 하나 따서
만났던 그 자리 그 어둠 앞에
우리의 죄로 젖어 있는 추억을 심고 그만 여기쯤에서 작별을 하자
똑같은 항아리가 어느 한쪽에
깨어져서 들어가야 한다면 그것은 이미 사랑도 아니다우리의 입술은 아침저녁 비가오고
내 몸에 묻어 있는 눈썹하나
머리칼 한 올이 나의 새벽까지
따라와서 죄를 짓자고 속삭인다해도 너의 찬 손이 뜨거워지고
너의 안경이 흐려진다 해도
말하지마. 아무 말도 하지 마
작별을 하자 그만 여기쯤에서 생애의 벼랑에서 뛰어내려
젖은 입술을 입술에 비비며말하지 마. 아무 말도 하지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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