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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남준 - 봄날은 갔네시(詩)/박남준 2014. 2. 9. 12:42
봄비는 오고 지랄이야
꽃은 또 저렇게 피고 지랄이야
이 환한 봄날이 못견디겠다고
환장하겠다고
아내에게 아이들에게 버림받고 홀로 사는
한 사내가 햇살 속에 주저앉아 중얼거린다
십리벚길이라던가 지리산 화개골짜기 쌍계사 가는 길
벚꽃이 피어 꽃 사태다
앞서거니 뒤서거니 피어난 꽃들
먼저 왔으니 먼저 가는가
이승을 건넌 꽃들이 바람에 나풀 날린다
꽃길을 걸으며 웅얼거려본다
뭐야 꽃비는 오고 지랄이야
꽃대궐이라더니
사람들과 뽕작거리며 출렁이는 관광버스와
쩔그럭 짤그락 엿장수와 추억의 뻥튀기와 번데기와
동동주와 실연처럼 쓰디쓴
단숨에 병나발의 빈 소주병과
우리나라 사람들 참 부지런하기도 하다
그래 그래 저렇게 꽃구경을 하겠다고
간밤을 설랬을 것이다
새벽차는 달렸을 것이다
연두빛 왕버드나무 머리 감은 섬진강가 잔물결마져 눈부시구나
언젠가 이 강가에 나와 하염없던 날이 있었다
흰빛과 분홍과 붉고 노란 봄날
잔인하구나
누가 나를 부르기는 하는 것이냐(그림 : 정서우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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