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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가림 - 내 이름은 게(蟹)시(詩)/이가림 2014. 1. 21. 21:44한사코 바다에 가 닿으려고게거품을 물고 오늘과 싸우지만
허우적거릴수록 더 깊이
발목이 빠져들어가는 뻘밭
그래도 먼 데서 들려오는 밀물소리
신기루같은 수평선이
보이는 한
이 오체투지의 길을
가야만 하는 것
비록 호시탐탐 노리는 어부들의 그물에
꼼짝없이 걸린다 해도
내 이름이 게(蟹)이므로
진흙 바닥에 엎드려 기어가는
이 낮은 포복의 일기를
쓰지 않을 수 없는 것
내 발이 남기는 자취는
알 수 없는 상형문자의 시가 결코 아니다
이건 하루의 투쟁 기록
한 치의 틀림없는
눈물겨운 보고서다
(그림 : 이경희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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