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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문규 - 참 유식한 중생시(詩)/양문규 2014. 1. 20. 11:45
밤새 천년 은행나무가 노오랗다
툭, 툭, 툭 흔들리는 바람을 타고 은행이 떨어진다
삼신바위 날다람쥐 삼단폭포를 기어올라 은행나무로 가는 길
쇠말뚝 타고 흐르다 그만 미끄러져 가시 철망에 피 흘린다
망탑봉 박새 한숨에 다랑이논 지나 은행나무에 닿으려 하지만
장대 그물망에 걸려 퍼득거린다
어느 구멍으로 들어왔는지 검은 차광막에 걸려 넘어진 남고개 고라니
누가 천년 은행나무 옥살이를 시키나 주절주절하는 사이
은행(銀杏)이 은행(銀行)인 것도 모르는 무식한 놈들이라며
소유경(所有經) 썰(說)하는 천태산 부리부리(不二不二) 너구리
낼 모레면 상강 지나 벼랑길인데
은행똥보다 더 독한 구린내 풍기는 참 유식한 중생
(그림 : 김병균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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