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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미 하나 둘 떠나갈 때부터
나무는 가슴에 고이는 적막 힘겨웠다가지마다 생기 일깨우던 매미
나뭇잎에 그늘 불어넣던 매미 생각에
나무는 잎사귀마다 몸을 뒤채며
서서히 말라간다맨 마지막 매미 한 마리도
깊고 깊은 울음 독이 텅 비어
누더기 옷으로 소리의 바닥에 가 눕는다
순간, 숲의 긴장이 일시에 무너진다매미 떠난 빈 자리
나무들 뿌리에 고인 그늘 퍼올려
잎사귀마다 갈증 재우기 시작한다
숲의 적요 깊어 다 채울 수 없다그때 나무들은 견딜 수 없는
시간의 무게를 비우기 위해서 서둘러 잎을 내다 버린다(그림 : 한선희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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