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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완하 - 그늘 속의 집시(詩)/김완하 2014. 2. 24. 10:42
그림자 따라 걷다가
빈집 앞을 지난다
제 그림자 볼 수 없어 매미는
땡볕 속에 소리를 쏟아낸다
소리에는 그림자가 없다마당엔 풀들이 가득 에워싸고
집에는 그림자 풍년이 들었다
제 그늘 속에 집은
턱 하니, 또 한 채의 집을 짓고
마당 가득 풀을 키웠다
우거진 그늘 안고 누웠다이곳에 살던 사람들
밖의 세상으로 떠나보내고
집은 비로소 집에서 벗어나
그늘 속으로 내려 앉았다집을 세운 사람들 품고,
낑낑대는 강아지 한 마리의 밤도
아늑히 품어 키웠다
이제 새벽녘 별빛만 뜰팡 위로 구른다사람들이 떠나자 집은
비로소 허물을 벗어버리고
한 채의 그늘로 돌아가
집 속에 집을 완성하였다뜰팡 : 뜰(집 안의 앞뒤나 좌우로 가까이 딸려 있는 빈터)의 방언(강원, 전북, 충청)
(그림 : 김대섭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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