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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미 - 꽃들이 소리 없이시(詩)/조용미 2014. 1. 17. 20:17
소리만으로 나무와 바람을 만난 적이 있다
두 귀와 온몸의 촉각을 곤두세워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바람이 지나는 길을 따라갔다 돌아오면
어둠이 지친 몸을 오래도록 쓰다듬어주었다
어둠에 기대어 죽은 듯 쓰러졌다
오래 어지러운 잠을 잤다
겨울이 지나고 내가 들은 풍경들이
천천히 내 몸을 일으켜 세웠다
눈을 떴다
그때, 꽃들이 소리 없이 피어났다
(그림 : 박광진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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