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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청 - 절을 찾아 가는 길(오세영에게)시(詩)/이건청 2014. 1. 10. 10:11눈 덮인 산자락들이 겹쳐지고
겹쳐진 산자락 속
나무들이 반쯤 지워져 있다
희미하다. 다른 나무끼리 섞여
겨울 산을 이루고 있다새들까지 날아가 그 속에 섞여 무욕의 산을
만든다. 길길이 쌓인 눈이
사람을 미끄러뜨리면서
발길을 막는데, 절은 안 보이고
어딘가에 그냥 서서 겨울을 견디겠지
생각하며 걸음을 옮긴다
눈발 속 어딘가에서 풍경이 운다
이 골짝 어딘가에 절이 있나보다
풍경이 목쉰 기침소리로 우는 거기
절은 지붕 끝자락을 하늘로 치켜든 채
겨울 내내, 그 자세로 서있다. 아니
그대로가 아니라 조금씩
기울면서 서 있다. 기울면서
짐들을 덜어내고 있다불단도 향로도 버리고
문짝도 대들보도 버리고
때묻은 목탁까지 버리면서
마지막 말 몇 마디 찾고있는 절
눈 쌓여 아득한 산 저쪽
힘든 적멸보궁 하나 서 있다(그림 : 홍성모 화백)'시(詩) > 이건청 '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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