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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백석 - 수라(修羅)
    시(詩)/백석 2014. 1. 8. 17:47

     

     

    거미새끼 하나 방바닥에 나린 것을 나는 아무 생각 없이 문밖으로 쓸어버린다
    차디찬 밤이다

    어니젠가 새끼 거미 쓸려 나간 곳에 큰 거미가 왔다
    나는 가슴이 짜릿한다
    나는 또 큰 거미를 쓸어 문밖으로 버리며
    찬 밖이라도 새끼 있는 데로 가라고 하며 서러워한다

    이렇게 해서 아린 가슴이 싹기도 전이다
    어데서 좁쌀 알만 한 알에서 가제 깨인 듯한 발이 채 서지도 못한 무척 작은 새끼 거미가

    이번엔 큰 거미 없어진 곳으로 와서 아물거린다
    나는 가슴이 메이는 듯하다


    내 손에 오르기라도 하라고 나는 손을 내어 미나 분명히 울고불고할 이 작은 것은

    나를 무서우이 달아나 버리며 나를 서럽게 한다
    나는 이 작은 것을 고이 보드러운 종이에 받아 또 문밖으로 버리며

    이것의 엄마와 누나나 형이 가까이 이것의 걱정을 하며 있다가

    쉬이 만나기나 했으면 좋으련만 하고 슬퍼한다

    *수라(修羅)-'아수라'의 줄임말. 싸움 따위로 혼잡하고 어지러운 상태에 빠지늘 것.

    *어니젠가-'언젠가'의 평안도 사투리. 여기서는 '어느 사이엔가'라는 뜻

    *싹다-삭다. 긴장이나 화가 풀려 마음이 가라앉다

    *가제-'갓''방금'의 평안도 사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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