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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성우 - 이팝나무 우체국
    시(詩)/박성우 2014. 1. 6. 13:36

     

     

    이팝나무 아래 우체국이 있다

    빨강 우체통 세우고 우체국을 낸 건 나지만

    이팝나무 우체국의 주인은 닭이다

     

    부리를 쪼아 소인을 찍는 일이며

    뙤똥뙤똥 편지 배달을 나가는 일이며

    파닥파닥 한 소식 걷어오는 일이며

    닭들은 종일 우체국 일로 분주하다

     

    이팝나무 우체국 우체부는 다섯이다

    수탉 우체국장과 암탉 집배원 넷은

    꼬오옥 꼭꼭 꼬옥 꼭꼭꼭, 열심이다

    도라지밭길로 부추밭길로 녹차밭길로

    흩어졌다가는 앞다투어

    이팝나무 우체국으로 돌아온다

     

    꽃에 취해 거드름 피우는 법 없고

    눈비 치는 날조차 결근하는 일 없다

    때론 밤샘야근도 마다하지 않는다

    빨강 우체통에 앉아 꼬박 밤을 새우고

    파닥 파다닥 이른 아침 우체국 문을 연다

     

    게으른 내가 일어나거나 말거나
    게으른 내가 일을 나가거나 말거나
    게으른 내가 늦은 답장을 쓰거나 말거나
    이팝나무 우체국 우체부들은
    꼬오옥 꼭꼭 꼬옥 꼭꼭꼭, 부지런을 떤다

    (그림 : 김주형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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