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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천 - 헐거워짐에 대하여시(詩)/박상천 2013. 12. 30. 09:36
맞는다는 것은
단순히 폭과 길이가
같다는 걸 말하는 게 아닌가 봅니다.
오늘 아침,
내 발 사이즈에 맞는
250미리 새 구두를 신었는데
하루종일 발이 그렇게 불편할 수 없어요, 맞지 않아요.
맞는다는 것은 사이즈가 같음을 말하는게 아닌가 봅니다.
어제까지 신었던 신발은 조금도 불편하지 않았어요.
맞는다는 것은 어쩌면
조금 헐거워지는 것인지 모릅니다.
서로 조금 헐거워지는 것,
서로가 서로에게 편안해지는 것,
서로가 서로에게 잘 맞는 게지요.
이제, 나도 헐거워지고 싶어요.
헌 신발처럼 낡음의 평화를 갖고 싶어요.
발을 구부리면 함께 구부러지는헐거운 신발이 되고 싶어요.
(그림 : 변응경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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