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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천 - 소주를 마시며 2시(詩)/박상천 2013. 12. 29. 16:52
소주가 맛있다는 말을 하면
사람들은 웃는다
사람들이 웃건 말건
나는 소주가 맛있다
저녁을 먹으며
혼자 소주를 마신다고 하면
사람들은 웃는다
사람들이 웃건 말건
나는 혼자서도 곧잘 소주를 마신다
맛있는 음식을 보면
소주가 먼저 생각난다고 하면
사람들은 웃는다
사람들이 웃건 말건
나는 맛있는 음식을 먹을 땐
소주를 마셔야 한다
자꾸만 쭈뼛거려져
멋 낸 옷 한 번 입지 못하는 내가
소주에 대해서만은
사람들의 웃음을 잘도 견뎌낸다
하지만 어디 소주만이랴
내가 견뎌야 할 사람들의 웃음이
우리가 서로에게 견뎌야 할 일들이(그림 : 이홍기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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