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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종영 - 세족(洗足)시(詩)/나종영 2013. 12. 25. 12:12
이 세상 낮고 서늘한 곳으로
내려서고 싶다
누군가 내 발등을 씻어주고
발끝에 입맞춤을 하는 순간, 눈썹이 떨듯
내 마음에 쓸쓸한 바람이 불었다
산벚꽃 진 자리에 노랑매미꽃이 피고
어디선가 골짜기 찬물 흐르는 소리가 들린다
길이 끝나는 어디메쯤 홀연히
날개를 접고 싶었던 좀청실잠자리
물소리 따라 날아가고 있다
가던 길 되돌아보면 아름다워 눈물나는
애기똥풀 코딱지꽃 얼레지 밑씻개풀
키가 낮아 이 세상에 상처 한 잎
내밀지 못한 애잔한 들꽃들의 시린 발등을
나 언제 씻어준 적이 있었던가
마른 꽃잎 적시고 가는 물소리
눈을 뜨면 눈물나게 아름다운 그대들의 삶마냥
낮은 데로 흘러가는 살여울 물가에 남아오래오래 발목을 적시고 싶다
(그림 : 안인자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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