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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철 - 본전 생각시(詩)/최영철 2013. 12. 25. 12:00
파장 무렵 집 근처 노점에서 산 호박잎
스무장에 오백원이다
호박씨야 값을 따질 수 없다지만
호박씨를 키운 흙의 노고는 적게 잡아 오백원
해와 비와 바람의 노고도 적게 잡아 각각 오백원
호박잎을 거둔 농부의 노고야 값을 따질 수 없다지만
호박잎을 실어 나른 트럭의 노고도 적게 잡아 오백원
그것을 파느라 저녁도 굶고 있는 노점 할머니의 노고도 적게 잡아 오백원
그것을 씻고 다듬어 밥상에 올린 아내의 노고는 값을 따질 수 없다지만
호박잎을 사들고 온 나의 노고도 오백원
그것을 입안에 다 넣으려고
호박 쌈을 먹는 내 입이찢어질 듯 벌어졌다
(그림 : 변응경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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