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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철 - 어느 날의 횡재시(詩)/최영철 2013. 12. 25. 12:00
시장에 들어서며 만난 아낙에게 두부 한 모 사고
두부에게 잘게잘게 숨어든 콩 한 짐 얻고
주름투성이 꼬부랑 할멈에게 상치 한 다발 사고
푸른 밭뙈기 넘실대며 지나간
해와 바람의 입맞춤 한 아름 얻고
시장 돌아나오며 늘어선 아름드리 조선 소나무
어깨 두드려주는 덕담 한 마디씩 듣고
자리 못 구해 그 아래 보따리 푼 아지매
시들어가는 호박잎 한 다발 사고
호박이 넝쿨째 넝쿨째 내게로 굴러 들어오고
하루 공친 공사판 박씨 무어라 시부렁대는
낮술 주정 한 사발 얻어걸치고
아줌씨가 받아먹을 잘 달구어진 욕지거리
무단히 길 가던 내가 공으로 받아먹고
성난 볼때기 가만가만 어루만지는 저물녘 해
내 뒷덜미에 와서 편안히 눕고
내일 뜰 해는 저 산동네 입구 강아지 집에 먼저 와 있고
아무렴 그렇게 되로 주고 말로 받고
말로 주고 가마니로 얻고(그림 : 김정호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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