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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의 절세가인입니다
얼마나, 얼마나, 아름다운지!
눈이 텅 비는 것 같습니다
앞서 떨어지는 눈송이들에 걸려
뒷눈송이들이 둥둥 떠 있는
하늘까지 까마득한 대열입니다
저 너머 깊은 天空에서
어리어리한 별들이 빨려들어
함께 쏟아질지도 모르겠습니다
나도 빨려들어
어디론가 쏟아져버릴 것 같습니다
모든 상념이 빠져나간 하양입니다
모든 소리를 삼키고
하얗게 쏟아지는 눈 오는 소리
나를 호리는 발성입니다
몇 걸음마다 멈춰 서
묵직해진 우산을 뒤집어 털어
길 위에 눈을 돌려줬습니다
계단골이 안 보이도록 쌓인 눈
아무 데나 딛고 올라가려니
자꾸만 웃음이 비어져 나옵니다
내 방에 들어서 문을 닫으니
호주머니 속에 눈이 가득 들어 있습니다
(그림 : 한순애 화백)
단비 - 눈꽃송E (Str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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