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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 늙으면 마음도 함께 늙었으면 좋겠다
나이를 따로 먹은 몸과 마음의 틈바구니
청승은 불쑥 고개를 든다 코앞이 지천명인데
광기의 역사 속 아픈 사랑을 다룬
주말드라마 보며 울컥, 오늘도
선지피처럼 붉게 치미는 설움덩어리 안고
식구 몰래 복도에 나와 쓴 담배 피워문다
시간의 지우개로 거듭 지워온, 서슬 푸른 사연들
되감기로 새록새록 살아나 잠시 목메고
말라 퀭한 눈에 천천히 추억의 즙 고인다
설렘이니 그리움이니 기다림이니
밥찌꺼기만도 못한 감상 따위
애써 외면하고 살아온 세월 하, 얼마인데
철지난 옷같이 칙칙한 신파로
몸속 귀때기 파란 청년은 또 울먹이는가
젊은 날은 하는 일마다 뻔하고 시들하더니
오늘에야 절제 없이 심란하고 분주한 것인가몸 늙으면 마음도 함께 늙었으면 좋겠다
(그림 : 강연균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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