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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무 - 누군가 나를 울고 있다면시(詩)/이재무 2013. 12. 20. 12:46
누군가 나를 울고 있다면 나는 행복한 사람인가
누군가를 내가 울고 있다면 그는 불행한 사람인가
수박 속을 수저로 파먹듯 이내 뻔히 드러나는 바닥의
달착지근한 서로의 생을 파먹다
껍데기로 버려지는 인연의 끝은 얼마나 쓸쓸하고 처참한가
변덕이 심한 사랑으로 마음의 날씨가 자주 갰다 흐렸다한 사람은 알리라
때로 사랑은 찬란한 축복이 아니라 지독한 형벌이라는 것을
침략자처럼 갑작스럽게 쳐들어온 사랑은
점령군처럼 삶을 제 맘껏 주무르다가
생의 안쪽에 지울수 없는 화인을 찍어놓고
어느 날 홀연 도둑처럼 훌쩍 떠나버린다
여름날의 국지성 호우처럼 그것은 예고도 없이 내리거나
몰아쳐 가문 날의 미루나무 가지와 같이 수척해진 영혼을
은총처럼 지옥처럼 적시고 뒤흔든다
(그림 : 김부자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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