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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울 때 아니게 피어난
꽃들을 본다
조용한 울음으로 영하의 밤을 녹이는
서러운 분노의 꽃들
찬 기운 도는 한 시대의 야만과 무지의 허공
애무하는 정념(情念)의 야화
꽃들의 붉은 혀가 가슴에 와 닿을 때마다
추위로 굳어진 몸 풀려 뜨겁게 달아오른다
한겨울 때 아니게 피어나
흐느끼는, 절규하는 꽃들이
소리 없는 함성을 듣는다
거리와 광장을 적시고 마침내
국경을 넘어 번지는 꽃들의 눈물!
한겨울 때 아니게 피어난
수만 송이의 꽃 붉은 손 뻗어
내 오랜 방관의,
생의 얼룩을 닦고 문질러댄다
(그림 : 이금파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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